누구나 한 번쯤 영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영조는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랐으며, 친자식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게 만들 정도로 가혹한 삶을 살았다.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 같지만, 의외로 조선 임금 중 가장 장수한 왕으로 기록돼 있다. 그만큼 자신의 건강 상태에 관심이 많아 재위 52년 동안 무려 7284회나 건강 상태를 점검받았다고 한다.

이런 영조에게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대머리였던 양쪽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은 물론, 흰 머리가 검어진 것이다. 이때 영조의 나이는 무려 75세였다고 한다.

예상컨대 영조는 원형탈모를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원형탈모란 몸의 면역력이 망가지면서 모낭이 공격받아 모발이 빠지는 증상이다. 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후 나타나며 흰 모발보다 검은 모발이 먼저 빠져 원형탈모가 생기면 급격하게 모발이 하얗게 세거나, 급격히 머리카락이 전부 탈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비슷한 재미있는 역사 기록은 많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하기 전,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돼 등장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사실 이는 머리가 하루 만에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해 원형탈모가 생겨 검은 머리가 다 빠지고 흰 머리만 남았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성 있다고 할 수 있다.

원형탈모는 진행 속도가 급격한 만큼 극적으로 호전될 수 있다. 모발이 끊어졌어도 모근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두피에서 수북하게 발모되기도 하며 흰 모발만 듬성듬성 남아있다가도 검은 모발로 뒤덮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영조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을 겪었으며, 한약치료 후 발모되어 외관상의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영조는 치료에 쓰인 처방에 대해 ‘이중건공탕(理中建功湯)’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하니 그 감동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만하다.

영조의 치료에 쓰인 인삼이나 백출 등이 주 약재로 쓰인 ‘이중탕’이라는 처방은 주로 소화제로 쓰인다. 그렇다면 소화제로 원형탈모를 치료한 것일까?

한방 원형탈모치료는 면역 안정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의 갑상선이나 부신 기능 저하, 체열 상태 등 전반적인 몸속 균형을 관찰한 뒤 이를 고려한 처방이 필요하다. 즉, 모든 원형탈모증에 이중탕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원형탈모의 원인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며 그 처방이 소화제가 되기도 한다고 이해해야 한다.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므로 면역 안정에 초점을 둬야 하지만 중증으로 악화했다면 면역 안정만으론 치료가 어렵다. 개인별 인체의 부조화를 파악한 뒤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환자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 등 개인의 여러 특성을 고려한 한방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하기를 바란다.

(도움말) 발머스한의원 노원점 지유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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