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 다양화·온라인 1위 목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비지니스코리아=윤영실 기자] 총수 부재로 주춤했던 롯데가 미래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본격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8개월여의 수감을 끝내고 이달 초 석방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와 함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놓은 것.

롯데그룹은 23일 “앞으로 5년 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롯데는 이번 신규 투자계획 발표를 통해 최근 둔화됐던 경영 활동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미래 성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양 축인 유통부문과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지속 투자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고객에게 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루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신시장 진출도 지속 추진한다.

롯데는 우선 첫해인 내년 약 12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과 ‘빅딜’로 석유화학 회사들을 인수했던 2016년 투자금액인 11조2,000억원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5년간 전체 투자는 그룹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화학과 유통 부문에 집중될 예정이다. 화학과 건설 부문에 전체 투자액의 40%, 유통 부문에 25%가 배분됐다.

화학 부문에는 그동안 업계의 관심을 끈 약 4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반텐주 나프타분해시설(NCC)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신뢰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조만간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완공 예정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틸렌 공장과 국내 플라스틱 재료 생산 거점인 여수와 울산, 대산 지역에도 설비 투자를 지속해 경쟁력을 높여갈 예정이다.

화학 부문 투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데 대해 업계에선 롯데가 화학제품 다양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앞으로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2년여 전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을 인수하려다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포기했다. 인수에 성공했다면 화학 분야 세계시장 24위에서 10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기에 롯데케미칼로선 비슷한 M&A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유통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통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고객 편의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투자금액의 25%를 유통 부문에 집중시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7개 유통 계열사들이 각각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800만명에 달하는 국내 회원들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법으로 분석해 고객 개인별 맞춤형 마케팅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계열사별 물류와 배송 시스템 역시 통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완성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롯데쇼핑 이사회는 O4O 전략을 실현할 e커머스 사업본부를 현 서울 을지로4가 본사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기로 했다. “롯데월드타워는 각종 계열사 본사와 오프라인 매장이 집결돼 있어 통합 온라인몰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고 롯데쇼핑 측은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채용의 경우 매년 점차 규모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대내외 여건 악하로 연말까지 1만 2000명 정도 채용이 예상되는데, 내년은 올해보다 약 10%정도 증가한 1만 30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그 규모를 차츰 늘려가 2023년까지 7만명을 채용해 국가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8개월여 수감생활을 마치고 지난 8일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앞서 신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롯데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해 달라”며 투자·고용 계획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일본 체류기간 동안 일본롯데 경영진을 만나는 등 그간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수행하고 투자자와 주주들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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