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본격화

[비지니스코리아=이송훈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직 운영허가 기간이 남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정부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하고 설계 또는 부지 매입 단계에서 중단된 신규 원전 4기 건설도 백지화했다.

한수원은 15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함께 신규로 추진 중인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원전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는 후쿠시마 사고 및 경주 지진에 따른 강화된 규제 환경과 최근의 낮은 운영실적을 감안할 때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며 폐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할 방침이다. 또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총 4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취소했다.

정재훈 사장은 이날 오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경영현안설명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다만,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따른 손실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이사회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어제 정부로부터 받은 공문을 봐도 한수원 요청에 따라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 법규에 따른 조건을 갖춰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이미 예고됐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작년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 전까지 수급 기여가 불확실하다"며 2018년부터 공급물량에서 제외했다.

산업부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해도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대상이던 신한울 3·4호기 문제는 이번 이사회 심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한울 3·4호기는 설계용역 단계에서 멈춰선 상황이다.

정재훈 사장은 이와 관련해 "(신한울 3·4호기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시간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판단해서 오늘 이사회 안건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를 기폭제 삼아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2라운드 공방'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수원 노동조합 등 원자력계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 10명이 이날 설명회 장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사반대' 손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노조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을 재확인한 원전설비를 계속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며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환경을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연장운전을 위해 투입한 비용을 거론하고서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해버리는 부도덕한 이사진들에 대한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 고소, 고발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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