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결과 컨설팅 요구 수준 이상"…법정관리 방침 '철회'

 

[비지니스코리아=이송훈 기자] KDB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STX조선은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설 처지에서 벗어났다.

산은은 11일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 당초 우리가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으로 판단됐다"며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회생절차(법정관리) 추진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TX조선이 이번에 제출한 고강도 자구계획에는 비용 감축, 수주 확보 및 적기 유휴 자산 매각 등이 포함돼 있다.

자구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산은은 수주 가이드라인의 요건을 충족하는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할 계획이다.

산은 측은 STX조선 노조는 더 큰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회사에 남아 회사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노사가 최종 합의한 무급휴직 방안의 경우 외주화에 비해 직원 개개인의 임금 수준이 더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은과 회계법인의 검증 결과 STX조선 노사가 확약한 자구계획안은 컨설팅 제시 수준 이상을 충족해 당초 인건비 등 원가절감 금액을 정한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

산은은 노사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존중해 자구안을 수용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회생절차 추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의 자구계획안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과거 인력 감축 중심의 일방적 노조 압박이 아닌 노조의 선택과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추진됐다"며 "아울러 숙련된 기술 및 강한 애사심을 가진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향후 경영 정상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던 STX조선은 회생 기회를 맞았지만 그간 '원칙'을 강조했던 산은은 스스로 구조조정 원칙을 깼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자구안 제출 기한을 어긴 데다 노조 요구가 대폭 반영돼 컨설팅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내용보다 후퇴된 안을 산은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와 채권단은 '9일 데드라인'과 함께 '고정비 40% 절감'을 기준선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695명인 생산직 직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사측이 희망퇴직 및 이직 신청을 받은 결과 희망퇴직 104명, 협력업체 이직 40명 등 총 144명 신청에 그쳤다.

STX조선은 노사 합의서에 노조가 강력 반발한 희망퇴직·아웃소싱 등 인적 구조조정은 제외했다.

대신 5년간 6개월씩 무급휴직, 임금 5% 삭감, 성과급 300% 반납 등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은은 전날까지만 해도 인력 감축 없는 자구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었지만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까지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지역 경제 및 중소 조선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이번 STX조선의 자구계획안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과거 인력감축 중심의 일방적 노조 압박이 아닌 노조의 선택 및 노사간 합의를 통해 추진됐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숙련된 기술과 강한 애사심을 가진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향후 경영정상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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