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열 소장
송재열 소장

우리 교육은 현재 많은 국민들에게 큰 짐이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가 문제점이 있고 이것을 어떻게 바꿔야 되는지 큰 틀로 접근하는 그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3월 새학기를 맞아 서울 강남에서 20여년 넘게 오랫동안 교육 전문가로 활동한 송재열 교육개혁연구소 송재열 소장에게 한국 초등/증등 교육의 문제점을 들어보고 해법을 물어봤다.

송재열 소장(44세)은 서울 송파구 토박이로 배명고,서울대(중퇴), 미국 코넬대(휴학중)를 거친 교육전문가다. 공부혁명대를 만들어 20여년전부터 자기주도 학습 붐을 일으켜 큰 화제가 된 인물이다.

초등학교 첫 교육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3월 새학기가 시작돼 초등학교에 어린이를 보낸 부모님 걱정이 많을텐데?

오랜기간 아이들을 지도하며 속칭 공부를 잘 한 아이와 아닌 아이를 비교해보면 초등학교부터 그 차이가 보인다. 사실 초등학교때는 6학년까지 최대한 국어와 영어 공부를 많이 해두는 것이 좋다. 신께서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 달리 언어를 주셨고,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언어를 빨리 익힐 수 있도록 해두셨는데, 그런데 여기에서 욕심이 생긴다. 어느 정도 글을 읽는다 생각하면 이제 학부모들은 초등 저학년부터 수학에 도전한다. 20년 전에는 초등학생에게 수학이라는 짐을 주는 학원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발전하더니 초등학교 4,5학년 정도면 중학교 수학을 넘어서 고등학교 수학까지 도전해야 되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이제는 방학때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학만 수업을 하는 학원도 생긴 지경이다.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이 전세계의 초등학생 모습인데 서울 강남(대치동) 및 그곳을 벤치 마킹한 동네학원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해야 의대를 간다고 하면 다들 할말이 없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대한민국의 수학을 포기하는 자(수포자)의 비율이 바로 77%나 된다는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봐도 대치동 출신들 역시 대부분이 나중에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된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을 봐왔는데, 초등학교때 몰아침이 심한 수학학원을 보낸 아이들은 많은 비율에서 훗날 공부라는 것에 혐오하는 모습을 봤다.

그럼 초등학교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항상 학부모들께 초등학교때 함께 많이 대화하고 놀아주며 가급적 수학공부는 지양해달라고 한다. 수학은 언어와 다르게 논리 영역이다보니 모든 학생마다 입력되는 시기가 다르다. 천편일률적으로 수학을 입력해도 결과값은 천양지차를 갖게 된다. 학원들의 유혹에 넘어가지말고 책 읽기와 영어, 그리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먼저 지도해주어야 한다. 이 부분이 초등교육에서 현재 해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그러면 중학교 교육의 문제점은 어떤가? 소위 중 2병이라 해서 사춘기도 오고 학업 포기등이 더 심할 듯 싶은데?

중학교 기간 동안에 문제점은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사교육 거짓 선행이고, 두번째는 공고육과의 괴리다.

우리 아이들이 대입에 실패하는 것은 중학교 시절에 어떤 공부를 했냐이다. 고등학교 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중학교 때부터 준비돼 있지 않으면 고등학교때 좋은 성적은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로 여기서부터 수능시험의 폐단이 시작된다. 수능시험과 동시에 국가에서는 선행학습금지라는 말을 한다. 이 2가지를 합쳐보면 수능시험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준비해야 되는 시험이라는 원칙이 만들어지고, 그러면 중학교 때는 중학교 공부만 하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학생들 중에서 중학교 때 전교1등으로 성실했는데, 고등학교때는 3~4등급을 맞으며 엄청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바로 수능이 변질돼 그 수능 기준에 따라 학교 내신시험까지 변질된 상황이 이 학생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학교때 고교 선행을 주장하며 현실과 맞지 않은 거짓말로 유혹하는 학원들이 대거 등장한다. 선행학습도 이제 심각해져서 최대한 진도도 많이 나가야 하고, 아주 어려운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최상위 문제집까지 다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쉬운 기본교재만 반복시키면서 선행을 가르치는 학원들이 아이들을 망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기에 매몰돼 고등학교 올라가면 분명히 중학교 때 공부 했는데 성적은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을 보게 된다. 아이들만 불쌍하다. 바로 수능과 현실과 선행학습금지와 모든 것이 꼬여서 우리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학교 시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중학교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공교육 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초등부터 이어서 고등까지 연결을 지어야 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 아이들의 진학, 진로, 미래, 현실 이런것에 전혀 고려 없이 중학교 선생님은 10년을 넘게 가르쳐온 옛날 교육만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준비해줘야 하는 교육이 바로 중학교일텐데 연결이 전혀 안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중학교 때 배운 방식으로 학교 생활기록부를 만들어간다. 그러면 대학은 이런 생활기록부를 수준 낮은 학생부로 취급해 대입에 좋은 결과를 못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시교육을 바꾸려면 저는 중학교 선생님들께서 노력해주셔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분들이 우리 학생들 중에서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더 수준높게 고등학교를 대비시켜준다면 이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초등, 중등도 고등학교 학업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일텐데?

어떤 문제점보다는 우리가 방향 설정을 잘 못 해서 문제가 되는 것부터 이야기하겠다. 정부에서 대입제도를 수시와 정시로 만들어 둔 것은 환영한다. 고등학교 재직 시 수시로 입학할 학생과 정시로 입학할 학생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수시는 많은 지방 도시의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문제는 이 아이가 수시를 준비해서 대학입시를 가야하는지 아니면 3년동안 수능만 바라보면서 정시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떄문에 첫 단추가 꼬이니 계속 꼬이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때까지는 학교선생님들께서 학교에서 시킨것들 잘 해야 대학 간다고 학교생활을 강조한다. 그런데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기에 학생들은 2학년 여름쯤 되면 자신이 수시로 원하는 대학을 못 가는 것을 알고 멘붕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정시를 준비하려고 해도 이미 앞에는 재수, 삼수생들이 모여 있고, 수능은 짧은 시간에 해결되는 시험이 아니기에 다시 재수, 삼수생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문제가 가장 우리나라의 학생들을 사회진출도 늦추고, 공부라는 것에 혐오를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결론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최대한 일찍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를 정해서 그에 맞는 관리를 하는것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아닌 어영부영하다보면 시기를 놓친다. 학교 담임 선생님과 학생 본인, 학부모, 그리고 입시 선배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아이 역량과 성격에 맞는 대학 입시 방법을 일찍 정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비지니스코리아 허남일 기자 (pr@business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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