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지금이야 말로 후배 경영진 비상한 각오로 경영할 때"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삼성전자 "올해도 경영여건 어려워…중장기 성장기반 강화 노력"

 

권오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회장은 23일 "올해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회사의 경영여건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이고, IT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회사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와 임직원 모두 철저한 준비와 도전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회사 경영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권 회장은 이번 주총을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직과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빅데이터 등 IT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회사는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IT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롭게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총을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와 의장 물러나기로 했다.대표이사 및 의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주주 여러분께서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저는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후배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감사와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 반도체‧휴대폰‧가전…“시장 경쟁력 강화”

주총에서는 안건 상정 전 사장단이 주주에게 부문별 사업 현황을 보고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반도체 부문은 중국과의 적기 투자로 기술격차를 유지할 계획을, 휴대폰 부문은 갤럭시 S9 등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 등 점유율 회복 계획을 밝혔다. 소비자 가전 부문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출시 등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중국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 외에 전 반도체 부문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반도체 산업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만으로 격차가 쉽게 축소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경쟁력과 차별화가 유지돼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우려와 선을 그었다.

김 사장은 “반도체 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라 기술장벽이 높다”며 “단기간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기술격차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 사장은 “자만하지 않고 기술개발 가속화해 경쟁력과 차별화가 유지 돼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 전장 등 새로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특히 반도체 시장은 대규모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용량 고부가 제품의 새로운 수요 무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모바일 시장에서 주류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OLED와 액정디스플레이(LCD)의 경쟁 심화와 중국의 LCD 생산 능력 확대로 시장 불확실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혁신과 도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중심으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사업부장(사장)은 중국시장에서 갤럭시 S8, S9 등 플래그십(최고사양) 모델로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특수한 시장으로 점유율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중국 시장은 절대로 우리 내수시장처럼 봐서는 안 되는 복잡한 시장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지 유통의 관습에 대해 간과한 부분 있는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무선사업은 고부가 리더십 강화로 성장 가능성 제고하려 한다. 갤럭시 S9와 S9플러스에 대한 견조한 성과를 거둬 시장을 주도하겠다"며 "미래 선도 신사업과 서비스 사업 기반 구축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빅스비는 개방형 시스템을 하면서 타사의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지능형 서비스를 구현하겠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AI,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 솔루션 등 분야에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품질 혁신도 지속하겠다. 품질 문제는 고객 신뢰와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갤럭시 노트7의 교훈을 잊지 않고 사소한 품질 문제도 근절하겠다"고 제시했다.

고 사장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업체간 경쟁이 심화돼 시장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나가 경쟁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고 사장은 “최근 출시한 갤럭시 S9과 S9플러스가 견조한 판매 성과를 거둬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라인업을 활용해 성장시장 대응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CE사업부장(사장)도 "올해 시장은 작년 대비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존 경쟁사에 더해 후발 주자인 중국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 요소도 가격 성능 외에 AI 등 더해지면서 복잡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 니즈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유망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주주의 질문에 “일부 데이터가 혼용되고 있는데 유통에서 실제로 팔리는 통계로는 저희가 확고한 1등을 차지하고 있다”며 “올해는 더 좋은 제품으로 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TV 사업의 경우 75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과 8K 해상도의 초고화질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모듈형 TV ‘더 월’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도 공개했다.

또 B2B(기업간 거래) 디스플레이 사업 확장을 통해 CE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최근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B2B 디스플레이 사업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스마트 사이니지를 극장, 경기장, 대형마트 등으로 적용 시장을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지난해 경영성과, 올해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과정을 경청하면서 배포된 영업보고서 등을 읽는 모습을 보였다. 경영진과의 질의 응답이 진행될 때에는 대체로 응원하는 발언을 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질문을 하는 주주가 많았다.

저작권자 © Busines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