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는 화학과 권오훈 교수팀이 음극선 발광(cathodoluminescence, CL) 분광 기법을 통해 투과 전자 현미경 내에서 나노미터 크기를 가진 시료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인 ‘나노온도계’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투과 전자 현미경은 짧은 파장을 가진 전자빔을 미세 시료에 투과시켜 시료를 수십만 배 이상으로 확대하여 관찰할 수 있다. 투과 전자 현미경을 활용한 음극선 발광 분광 기법은 전자가 시료를 투과할 때 전자와 시료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시료에서 발생하는 빛을 검출한다. 시료의 물리적, 광학적 특성을 나노미터 크기로 미세하게 구분해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다.

▲(윗줄 왼쪽부터) 노학원 연구원, 권오훈 교수, 제 1저자 박원우 연구원, 아랫줄 왼쪽부터 제 1저자 Pavel Olshin 연구원, 김예진 연구원
▲(윗줄 왼쪽부터) 노학원 연구원, 권오훈 교수, 제 1저자 박원우 연구원, 아랫줄 왼쪽부터 제 1저자 Pavel Olshin 연구원, 김예진 연구원

시료에 힘을 가하는 등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시료는 구조적, 화학적 특징이 변하게 되고 시료의 미세영역에 온도도 변한다. 이를 분석하면 국부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열역학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어 다양한 첨단 소자의 핵심 소재 연구에 응용될 수 있다.

권오훈 교수는 “투과 전자 현미경의 시료는 나노미터의 크기로 매우 작고 현미경 안은 높은 수준의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미세영역의 온도를 관측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로퓸 이온(Eu3+)이 가진 특정한 음극선 발광 띠의 세기가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것에 착안해 나노온도계를 개발했다. 

먼저, 가돌리늄 산화물(Gd2O3)에 유로퓸 이온을 도핑한 나노 입자를 합성했다. 가돌리늄 산화물로 구성된 나노입자는 전자빔에 의한 손상이 적어 전자빔을 쬐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실험이 가능하다. 

그 후 음극선 발광 검출 기법을 적용했다. 나노 입자의 유로퓸 이온에서 방출된 발광 띠의 세기 비율이 온도에 강하게 의존함을 확인했다. 동역학적 분석을 통해 발광 세기의 온도 의존 원리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발광 띠의 세기 비율을 온도 측정의 지표로 삼았다.

연구팀은 약 100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온도계 입자를 이용해 주변 온도를 측정했고 4℃ 정도의 측정 오차를 관측했다. 이는 기존 투과 전자 현미경 온도 측정법들의 오차에 비해 2배 이상 정확하며 향상된 공간 분해능을 가진 온도 측정법이다.

또한 연구팀은 투과 전자 현미경 내에서 국부적 영역에 레이저를 조사해 온도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나노온도계를 이용해 측정했다. 이는 외부 자극에 의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온도와 구조를 동시에 관찰해 국소 영역의 열역학적 특성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분별하고 분석하는 데 응용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제1 저자 박원우 연구원은 “개발된 나노온도계의 큰 강점은 온도 측정 과정이 기존의 투과 전자 현미경 분석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며 “투과 전자빔과 나노온도계 입자 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인 빛을 이용해 온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투과 전자 현미경의 이미지 측정과 동시에 실시간 온도 검출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권오훈 교수는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온도 측정의 지표를 제시하고 실시간 이미징 기법과 접목했다”며 “외부 자극에 따라 변화하는 시료의 국부적 온도 변화 관찰에 활용할 수 있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에 1월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삼성 미래 기술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비지니스코리아 이송훈 기자 (pr@businesskorea.co.kr)

저작권자 © Busines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