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도 전전긍긍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경험담을 소개하는 ‘미투(#Me_Too)’ 운동이 학계와 문화예술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갑(甲)질이 만연한 재계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기업 내 성추행 사건이 불거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사실 재계에서도 이른바 '회장님 망신살'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성추행 스캔들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4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중소기업 CEO들의 교육프로그램 관리를 맡아 일하던 25세 여성 권모 씨는 한 기업대표로부터 스토킹과 상습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권 씨는 상사에게 "기업 대표가 블루스를 추자고 한다", "팔과 어깨에 자꾸 손을 올린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다른 기업인은 권씨의 몸을 더듬고 추근대며 '빠XX'라고 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했다고 한다.

권씨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인은 "전라도 지역에서는 빠XX가 학교 수업에 빠지고 놀러 가는 걸 뜻해요"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런가 하면 끈질기게 연락해 '오빠'라고 부르라던 기업대표는 "(권씨가) 술에 취해 내 다리에 앉고, 그런 행동을 보였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했다.

권 씨는 윗선에 이를 보고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계약 갱신이 안 돼 해고됐고,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김준기(73) 전 DB그룹 회장은 3년 간 함께 일한 여비서 A씨(29)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A씨는 작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6개월 간 강제 추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허리·허벅지 등 신체 접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신체접촉은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준기 회장 측은 "A씨가 김 회장의 신체 접촉 유도해 동영상 촬영한 뒤, 이를 제시하며 100억원을 요구했지만 조건을 수용하지 못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작년 7월 미국으로 떠났다. 같은해 11월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신병 치료를 이유로 경찰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관할 수서경찰서는 외교부에 김준기 전 회장의 여권 무효화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여권 반납명령을 내렸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여권 발급 제한과 반납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는 본안 소송과 함께 외교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지만 지난해 말 법원에서 기각됐다.

최근 김준기 전 회장이 해당여비서를 상대로 ‘공갈미수’혐의로 경찰에 진정을내어 이른바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호식(64)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작년 6월, 20대 여직원을 식사 중 성추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비서는 "최 전 회장과 청담동 모 호텔 근처 일식집에서 식사하던 중 강제 추행을 당했고, 호텔로 들어가다 도망쳐 지나가는 여성 3명에게 도움을 청해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직행했다"고 진술했다.

최 전 회장 측은 "(여직원이) 어지럽다고 말해 호텔 방을 잡아주려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 전 회장은 사건 직후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범현대가 기업인 정몽훈(59) 성우전자 회장은 2016년 9월 24일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음식점에서 20대 알바생에게 강제 키스를 시도하고,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등 적절하지 않은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해당 알바생은 곧바로 일을 그만 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정 회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4개월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그를 약식 기소했다. 2017년 5월 16일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고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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