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넘어 사랑받은 약학교육자,'약사의 태도'를 가르친 현장의 철학자

13일 대한민국 약계의 교육자이자 현장 철학자로 평가받던 박정완 약사가 세상을 떠났다. 약사들 사이에서 “현장의 지식을 글로 남긴 마지막 장인”, "약학 커뮤니케이션의 선구자"로 불리던 그의 별세에 약계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40년 이상 약국 현장을 지키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 약사는 〈약국에서 써본 약 이야기〉 시리즈를 포함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약의 기전·역사·임상·사례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이 시리즈는 약사는 물론 약학도와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딱딱한 약물 정보 전달 방식을 탈피해 '이해되는 언어’로 설명한 그의 저술은 후배 약사들의 실무 능력과 복약상담 역량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 박정완 약사 헌정기사 책.(참약사 제공)
▲ 박정완 약사 헌정기사 책.(참약사 제공)

그의 역할은 저술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매주 '약학 지식편지’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실무의 깊이를 더하는 길잡이 역할을 자임하였다. 후배들은 그에 대해 “어떤 약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 준 분”, “약은 사람을 살리는 지식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분”, "글과 삶으로 약사의 품위를 지켜낸 분"이라며 기억하였다. 약학 전문지식뿐 아니라 약사의 자세,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 지식 공유의 가치를 직접 실천으로 보여준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날 부고 소식이 전해진 후 약사 커뮤니티에는 애도와 추모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약사는 "그분의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고 고백하였고, 다른 약사는 "약국에서 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가장 먼저 알려준 분이 바로 선생님이었다"고 회상했다.

직접 만남의 기회가 없었던 약사들도 "그의 책과 글, 강의를 통해 가르침을 받아왔다"며 "한 시대를 만든 약사의 퇴장"이라고 애석함을 표했다. 빈소에는 그의 저서로 배움을 얻었던 후배 약사들, 오랜 기간 독자로서 그의 글을 읽어온 이들, 함께 현장을 지켰던 동료들의 조문 행렬이 계속되었다.

올 4월 고인의 신간 <항암 약물 수업시간>을 펴낸 출판사 참약사는 "박정완 약사님은 약을 이야기로 만들었고, 지식을 나눔으로 바꾸어 약사라는 직업의 품위를 다시 세워주셨다. 약사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평생의 지침서를 남기셨다."며, "그가 남긴 책과 글, 그리고 철학은 앞으로도 약국 현장에서 계속 숨 쉬며 수많은 후배 약사들을 이끌 것"이라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정확한 약, 정확한 설명, 정확한 마음’이 약사의 본분이라는 신념을 평생 실천으로 증명한 故 박정완 약사의 삶은 대한민국 약사 사회에 귀중한 유산이자 시대의 표상으로 기록되었다.

비지니스코리아 김은진 기자 (pr@business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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