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거주 직장인 정모 씨(35)는 봄철 기온이 오르면서 부쩍 번들거리는 피부가 고민이다. 사춘기도 아니건만 피지 분비가 어찌 이리 늘어날 수가 있는지 스스로 놀라면서 화장품을 바꾸는 등 노력을 해 봐도 크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코 주변과 구레나룻 쪽, 눈썹 주변에는 각질이 일어나며 붉어지고 가려운 증상도 나타났다. 평소와 다른 피부 상태에 왠지 모를 심각성을 느낀 정씨. 서둘러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본 결과 지루피부염 증상임을 알게 됐다.

지루성 피부염은 어쩌다 올라오는 여드름이나 뾰루지와 다르다. 얼굴과 두피에 가려움, 안면홍조, 홍반, 염증이 만성적으로 진행되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재발하는 고질적 질환이다. 얼굴에 기름기가 많아지면 흔히 ‘지성 피부로 바뀐 건가?’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만일 원래 건조한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기름기가 과하게 돌고 가려워지면서 홍조와 뾰루지가 나타난다면 지루성 피부염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지루성 피부염을 단순한 지성 피부로 오해하거나 여드름으로 착각하여 증상을 악화시키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환부는 주로 피지 분비가 활발한 코 주변과 이마, 두피, 겨드랑이, 등 체모가 있는 곳에 잘 나타난다. 간혹 지루성 피부염이 입술에 생기면 표면이 거칠어지고 각질이 일면서 주름이 생기기도 하는데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자극성 피부염과 혼동하기 쉽다. 지루성 피부염은 20~40대에 호발하며 성인 유병율이 3~5% 정도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지루성 피부염의 발병 원인에 대해 딱히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완전한 치료는 어렵고 질병보다는 어떤 특이한 체질에 가깝게 해석한다. 증상이 심하면 그때그때 스테로이드를 쓰면서 관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지루성 피부염의 원인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질환을 주로 면유풍(面遊風), 백설풍(白屑風)이라 하여 증상들이 풍(風)의 속성과 유사하며 체질적으로 예민하고 몸에 열이 많으며 비위가 약하여 담음(痰飮)이 잘 생기는 사람에서 잘 나타난다고 본다.

얼굴이나 머리 등의 인체 상부를 침범하여 증상을 일으키고 자주 돌아다니고 자주 변하고 증상이 일어나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것이 풍(風)의 특성이다. 또 한의학 문헌에서는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풍(風)으로 인해 기혈이 막힐 수 있다고 하여 주된 원인을 열(열독, 습열)에서 찾기도 한다. 몸 안에 열독 또는 습열이 발생하면 피가 마르는 혈조(血燥)에 의해 피가 탁하게 되고, 피부에 열감이 더해지면서 붉어지고 영양 공급이나 재생이 어려운 상태로 변화한다.

평소 상열감과 수족냉증이 있는 분, 생식 계통 질환 환자들이 지루성 피부염에 가장 취약한 군이다. 또 소화기가 약하거나 체질적으로 차갑고 기혈이 허약하며 몸의 불필요한 풍과 습기, 노폐물(담음)이 많은 경우에도 지루성 피부염에 주의해야 한다. 겉으로 나타난 지루성 피부염 증상은 비슷하지만, 사람마다 병이 나타난 원인은 똑같지는 않기에 진단 시 세심하게 묻고 살피고 주의해야 하며, 체질과 성격적 소인, 환경까지 고려하여 치료해야 한다.

지루성 피부염은 일차적으로 특정 장부에 치중된 열기를 내려주고 부차적으로 그 외 원인인 습, 담음, 어혈, 풍을 없애는 한약 치료를 통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피지 분비량이 많더라도 속 피부가 건조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 폐의 보습 기능을 증강시키는 치료가 도움이 된다.

피부에 뭘 발라서 해결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화장품으로 질환을 극복해보려다가 피부가 한층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지루성 피부염이 심할 때는 아주 순한 화장품조차 따갑고 아파서 바르기 어렵다. 이럴 때는 모든 자극을 최소화하고 인체 전반적 문제가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루성 피부염은 경추와 요추의 틀어짐,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과로, 화장품 같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재발이 잘 되는 만성질환이다. 완전한 회복과 재발 방지를 바란다면 적어도 3~6개월 정도의 꾸준히 치료 기간을 잡고 내부 상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생활 속에서도 지루성 피부염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얼굴 피부에 각질이 많다고 해서 각질을 제거하거나 때를 미는 것은 절대 자제해야 한다. 피부가 건강해지면 각질은 저절로 진정되니 일부러 제거할 필요도 없고, 각질을 무리하게 제거하려다가 오히려 피부가 덧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땀이 나는 뜨거운 장소에서는 지루성 피부가 악화되므로 반신욕, 사우나, 찜질방 등은 가급적 피한다. 또, 몸과 피부가 극도로 예민한 상태이므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부에 자극이 되는 환경이나 행위도 주의해야 한다. 얼굴에 마스크를 오래 착용하고 있거나 먼지가 많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사무실이나 사람 많은 곳 등에 오래 있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식사도 자극이 없는 담백한 자연식 위주로 해야 하며 몸이 피곤하고 무리가 가지 않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음이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로 등을 피해 몸 상태의 악화를 방지하려는 노력이다.

지루성 피부염은 흔히 음주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에 의해 재발이 흔한데, 이를 방지하려면 치료를 마친 후에도 관리법을 제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무척 중요하다.

(도움말) 고운결 한의원 노원점 신윤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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