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 중" 반박

[비지니스코리아=정민희 기자]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 등 제재를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 등을 벌였다"는 이유를 들었다.

LG화학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29일 LG화학이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에도 이메일로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련 이메일 원문을 공개했다. 이 이메일의 제목은 'FW: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었고, 내용은 '각자 PC, 보관메일함, 팀룸에 경쟁사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 바랍니다. ASAP. 특히 SKBA는 더욱 세심히 봐 주세요. PC 검열 및 압류 들어올 수도 있으니.. 본 메일도 조치후 삭제 바랍니다'고 쓰여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료삭제 지시 이메일
SK이노베이션의 자료삭제 지시 이메일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ITC에 따르면 LG화학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과정이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등 정황을 담은 94개 목록을 담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를 제출했다.

요청서를 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벌였다며 이를 제재 요청의 근거로 들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패소했다는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3만4천여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을 인멸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LG화학의 요청을 ITC가 수용해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ITC는 지난달 3일 SK이노베이션이 삭제한 'SK00066125' 시트 내에 목록으로 정리된 980개 파일·메일에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파일들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를 포함한 소송 관련 모든 정보를 복구하라고 SK이노베이션에 명령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데이터 복구·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포렌식 진행 시 LG화학 측 전문가가 함께 해야 한다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LG화학 측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자사로부터 탈취한 영업비밀을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뒤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후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려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원론적 반박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의 조기 패소판결 요청에 대응하는 답변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ITC 소송에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ITC가 수용하면 예비 판결 단계까지 가지 않고 피고가 패소 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ITC가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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