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삼성 QLED TV는 화질선명도 기준 미달해"....삼성 "화질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 반격

[비지니스코리아=김은진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초고화질 TV인 8K TV의 화질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8K TV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한 가운데 두 기업 간 자존심 싸움이 불붙은 모양새다.

특히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8K TV를 전격 분해하고, 해상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방하며 날을 세웠다.

앞서 독일 가전·IT 전시회 'IFA 2019'에서 "LG 나노셀 8K TV의 화질 선명도(CM)는 90%로 나온 데 비해 삼성 QLED 8K TV는 12%로 나왔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직접 시연에 나선 것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참석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8K TV 제품들의 해상도를 비교해보이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참석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8K TV 제품들의 해상도를 비교해보이고 있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올해 출시된 삼성 QLED 8K TV와 LG 올레드(OLED) 4K TV를 나란히 등장시켰다.

이날 LG전자 설명회에는 2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경쟁사 제품을 공격하기 위해 직접 기술 설명회까지 여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화면이) 꺼진 줄 아셨겠지만, 이 TV가 QLED 8K"라며 "백라이트의 한계로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QLED는 빛샘으로 인해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다", "시야각 개선을 주장하지만, 측면에서는 밝기 차이가 크게 난다"고 지적을 이어갔다.

또한 삼성 QLED 8K TV의 CM값이 2018년도 90%에서 올해 12%로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을 들며 CM값이 화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자사 제품과 비교했다.

이정석 HE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삼성의 TV 화면을 전자 현미경으로 비춘 뒤 "처음엔 현미경이 초점이 안 맞은 줄 알았다"며 흐릿한 화질에 대해 언급했다.

LG전자는 삼성 TV의 화질 선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시야각' 개선에 따른 부작용을 들었다.

시야각은 TV를 정면이 아닌 양옆에서 보더라도 화면의 밝기나 색깔이 왜곡되지 않고 표현되느냐를 보는 화질 평가 기준이다.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국내시장에 판매중인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

남호준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장(전무)은 이날 설명회에서 "8K TV는 화소 수가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개를 만족해야 할 뿐 아니라, 화질선명도가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8K TV는 화질선명도가 10%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2012년부터 모든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법으로 화질선명도를 활용하고 있다. 화질선명도는 디스플레이가 흰색·검은색을 대비해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흰색·검은색을 각각 명확하게 표현할수록 값도 커진다. ICDM은 해상도 충족 조건을 ‘화질선명도 50% 이상’으로 명시한다.

LG전자는 독일 화질 인증 기관인 인터텍·VDE에 여러 제조사의 TV 화질선명도 조사를 의뢰한 결과,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12%로 국제 기준인 50%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LG전자 나노셀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90%로 나왔다.

남호준 전무는 "경쟁사(삼성) 패널이 시야각에서 LG 대비 좋지 않아 시장에서 꾸준히 이슈가 됐다"면서 "삼성의 올해 나온 TV의 시야각이 작년보다 좋아졌고, 이를 보완한 데 따른 부작용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건 삼성에서 답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이 밖에도 삼성 TV를 부품별로 분해해 전시했다. QLED TV가 자발광 TV가 아니라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LCD TV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남호준 전무는 분해된 QD 필름을 손에 들고 "이 시트가 들어가면 TV를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회사는 이번 설명회의 목적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정당한 경쟁체제 확립을 내세웠다.

남 전무는 "허위광고로 제소하면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고 제소는 별개의 문제"라고 답했다.

삼성에 기대하는 바를 묻는 말에는 이정석 상무가 "이 사실(CM값 관련)을 같이 결정했기 때문에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로 만든 약속에 맞는 제품으로 변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인 조치가 가능할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24k가 아닌 금을 24k라고 속여 팔았다면 소를 제기했을 때 사기죄에 걸릴 순 있겠지만 그 부분은 검토한 적 없어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R&D센터에서 개최한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자사의 8K TV에서는 8K 동영상 구현이 잘 되지만 경쟁사 제품에서는 8K 동영상이 구현 안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R&D센터에서 개최한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자사의 8K TV에서는 8K 동영상 구현이 잘 되지만 경쟁사 제품에서는 8K 동영상이 구현 안된다고 말했다.

불과 3시간 뒤 삼성전자도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명을 가리긴 했지만 바로 전날 사왔다는 LG전자의 올레드, 나노셀 8K TV 2대와 자사 제품 2대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주식시세표가 나온 신문 화면을 그대로 TV로 가져와 “삼성전자 TV에서는 ‘삼성전자 46300’이라는 숫자가 잘 보이지만 경쟁사 제품에서는 숫자를 읽을 수 없다”, “8K 동영상을 구동하면 삼성 제품에서는 바로 나오지만 경쟁사 제품에서는 아예 나오질 않는다”고 LG전자 제품을 공격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상무는 “화질은 단순히 CM(화질 선명도)값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조합돼야 한다”며 “(LG전자 8K TV가) 8K 컨텐츠를 구현할 준비가 덜 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소송 이후에 두 회사가 조용했는데 8K TV를 놓고 오랜만에 격돌하고 있다”며 “8K TV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기 때문에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은 공방을 '그들만의 싸움'으로 볼 뿐 맨눈으로 보는 화질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 알권리 증진이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아가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오히려 혼선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는 상황이어서 양사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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