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포괄허가취급요령 공개

[비지니스코리아=윤영실 기자] 일본 정부가 7일 공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에 기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일본이 한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개정안(시행령)’을 관보에 게재했다.

지난 2일 일본 정부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개정안이 이날 공포됨에 따라 21일 후인 28일 시행에 들어간다.

일본은 이날 수출규제 시행령(정령) 개정안과 함께 ‘포괄허가취급요령개정안’(시행세칙)도 공개했다.

일본 정부가 7일 공개한 관보에 ‘대한민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일본 정부가 7일 공개한 관보에 ‘대한민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포괄허가취급요령은 백색국가 제외 관련 하위 법령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규모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한국에 대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한국을 B그룹으로 분류, 포괄허가 혜택의 효력 상실과 개별허가로의 변경 사실이 담겼다. 또 일종의 일본 우수기업인 ‘내부자율준수규정(CP)’ 인증 기업이 받는 포괄허가 혜택은 유지하되 비(非) 전략물자에 대한 상황허가(캐치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정 품목에 대한 추가 규제는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일 예고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별첨 문서에서 “핵무기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 등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7월 1일 발표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포토레지스트(반도체 감광액)·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강화필름) 등 3개 품목 외에는 실제 한·일 무역에서 추가로 큰 제약을 받게 되는 품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산업부는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데 따라 일단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들은 기존 반도체 업체 등 외에 현재로선 더 늘어나지 않았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수도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을 괴롭힐 수 있다.

산업부 당국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판단하긴 힘들다"면서 "세부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봐야 하고 이후 일본이 어떤 추가 수출규제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중재와 국제사회의 비우호적 여론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일 수 있다"며 "일본이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등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오는 28일부터는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롭게 된다.

이는 한국으로의 전략물자 수출을 우선 전반적으로 개별허가 범주에 넣은 셈으로, 개별허가가 아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그나마 번거로움이 덜어진다.

특별일반포괄허가란 일본의 전략물자 1천120개 중 비민감품목 857개에 대해서는 수출기업이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수출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인정받을 경우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일본의 백색국가가 아닌데도 큰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은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 포함됐을 때는 일본의 어떤 수출기업이든 한국에 수출할 때 3년 단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CP 인증을 받은 기업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은 종전과 똑같이 3년 단위 포괄허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 1천300개중 공개된 632곳을 전략물자관리원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그러나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잘 갖춰놓지 못한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백색국가가 아닌 그룹 A, B, C, D로 나누어 통칭하기로 했다.

수출 신뢰도가 가장 높은 A그룹에는 기존 백색국가 26개국이, B그룹에는 한국을 비롯한 10∼20개국이 배정됐다. 그룹B는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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