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90일분 이상 확보해 달라…비용·잔여 물량 책임지겠다"

[비지니스코리아=윤영실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본격 가동했다.

삼성전자가 TV와 가전, 스마트폰 관련 국내 협력사에 ‘일본산 소재와 부품 재고 비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에 따라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까지 일본산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재고 비축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 담당인 IT모바일(IM) 및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 17일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부품을 최소 90일분 이상 확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고 확보 시한은 가능하면 이달 말까지, 늦어도 8월 15일까지로 지정했으며, 만약 확보한 재고 물량이 소진되지 않을 경우 추후에 책임지겠다는 조건 등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이달초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핵심소재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데 이어 조만간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럴 경우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까지 수출 규제 대상이 되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공문에서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 업체의 한국에 대한 수출 품목 개별 허가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에서 규제 대상이 된 현지 소재 수출기업과 금융권 등 재계 인사를 만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 분위기를 직접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인 13일 오후 수도권의 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경영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일본의 추가적인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휴대폰과 TV, 가전 등 다른 사업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단기 현황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가전 제품에는 일본 무라타, 히타치, 기모토 등이 공급한 부품이 상당수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번주 내 IM(모바일)·CE(가전) 부문 경영진과 긴급 경영전략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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