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도덕적해이 심각 ...."돈을 맡겨야 하나"

[비지니스코리아=정석이 기자] IBK기업은행에서 또 직원이 수십억원 대의 고객예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잇단 직원비위 등 해마다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로 직원의 도덕적 해이 심각성을 지적 받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IBK기업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특히 직원 부정행위 단속을 위해 수년전 신설했던 특별점검반도 유명무실하고 또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비상대책반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업계 및 매일경제TV 보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속초지점에 근무하는 대리급 직원A씨는 지난 5월초 고객예금 24억500만원을 재예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등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은행 이체의 당일 취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은행에는 큰 금액을 다룰 때 책임자급이 전산으로 승인을 해줘야 하는 안전장치가 있지만 직원 A씨의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직원이 수십억원 대의 고객 돈을 횡령했음에도 정작 기업은행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피해 고객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야 뒤늦게 비위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경찰에 신고해 내부통제 및 안전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직원의 횡령 등 금융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최근 5년간 각 은행의 유형별 금융사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사고 중 기업은행은 금융기관으로 4번째로 많은 총 14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입은 피해액만 모두 22억원 수준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 유용 등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그 액수 또한 적지 않아 금융공기업으로서 모럴해저드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2015년 직원의 횡령 등 부정행위 단속을 목적으로 감사부 산하 특별점검반까지 신설했다. 별도의 인원을 뽑아 팀을 구성해 직원들의 위법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특별점검반 설치 후 두 달 만에 약속어음을 빼돌리던 직원이 추가로 적발되면서 유명무실한 내부통제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또 언론매체에서 확인한 결과 현재는 특별점검반의 운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 고객을 위해 은행차원에서 피해금액을 변제 했고 금융사고 방지 시스템을 정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번 직원 비위가 발생한 후 뒤늦은 대응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매체에 “큰 금액을 다룰 때 승인 받아야하는 은행 내 안전장치를 교묘히 피해 범죄를 일으킨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 놓은 상황 ”이라며 “고객이 입은 피해액도 모두 보상해 드렸다 ”고 말했다. 또 “추후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방지를 위해 금융사고 비상대책반 설치 등 시스템 및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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