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남 수(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윤 남 수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핵심은 경제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클린턴은 당시 재선을 노리던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와 비교하면 인지도가 한참 떨어지는 아칸소 주의 주지사에 불과했다. 그는 선거전에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여론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전직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 조차도 클린턴이 참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세를 단번에 뒤집은 것은 그 유명한 한 마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이었다. 다양한 정치•경제적인 이슈들이 제기된 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관심 있는 것은 경제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마침내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한 그와 참모들의 전략이 들어맞았던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관심거리이다. 구소련이 해체된 것도, 중국이 시장경제를 채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먹고사는 경제적 문제가 근저에 있지 않은가? 그만큼 이념이나 정치논리를 떠나서 경제문제는 중요한 것이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0.3%대로 떨어졌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서민들의 지갑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이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등 팍팍해진 경영환경으로 고용을 늘리지 않고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일자리 감소, 얇아진 급여봉투로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경제성장의 동력

한때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우리나라를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로 꼽았다. 실제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했던 시대인 1963년부터 1997년까지 약 35년간 우리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9.1%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기업가정신은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실제 암웨이가 발간한 ‘2018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 보고서(AGER)’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AESI)는 전년보다 9점 떨어진 39점으로 전체 44개국 중 33위에 그쳤는데 이는 글로벌 평균(47점) 및 아시아 평균(61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기업가정신은 결국 그 국가의 성장동력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밥슨(Babson)대학교와 영국 런던 경영대학원의 기업가정신 공동연구에 따르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3분의 1은 기존기업을 통해서, 3분의 1은 창업활동,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기존기업과 창업기업의 상호작용 및 기타요인에 의해 달성된다고 한다. 그만큼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있어 기업가정신은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칭찬은 기업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저서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에 따르면 무게가 3톤이 넘는 범고래가 몸을 솟구쳐 공중에서 멋진 묘기를 보여주는 비결은 조련사가 고래에게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나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에 맞춰 행동을 한다. 쾌적한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증식을 통해 성장해 나가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는 몸을 사리고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

지금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총 880조원에 육박하는데도 투자는 꺼리고 있다. 산업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나 줄었다고 한다. 이는 1998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른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목적이 아무리 정의롭고 옳다고 하더라도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재원이 확보되지 않고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국가의 부를 채워주는 것은 다름 아닌 기업이 경영활동이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하고,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격려와 칭찬으로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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