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코리아=정민희 기자]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과 낮은 물가에 더해 반세기만의 최저 실업률 소식을 기록했다. 지난 3일 미 노동부는 지난달 실업률이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진 3.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969년 12월(3.5%) 후 약 50년 만의 최저 수준이고 월가 전망치 평균인 3.8%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금요일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0.75% 상승하고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며 화답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는 중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하나로 중국 증시가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것이다.

중국 노동절 연휴(1~4일)가 끝난 후 처음 개장한 6일 중국 증시는 5~7%, 역외 위안화는 1% 넘게 급락했다. 2016년 1월 이후 최대폭이며 상하이종합지수는 5.58%, 선전성분지수와 창업판지수는 각각 7.56%와 7.94%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례적으로 증시 개장전 중소은행의 지준율을 사실상 2%포인트 이상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투자심리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증시의 최근 상승세를 떠받쳐온 외국계자본은 이날 하루 후강퉁(滬港通⋅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매매)과 선강퉁(深港通⋅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매매)을 통해 51억위안(약 8670억원)이상 빠져나갔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공포 지수인 변동성지수(VIX) 선물 5월물은 15% 상승하며 위협은 세계 증시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오는 9일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결과가 금융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트럼프 발언에 반발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있었으나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류허 부총리가 오는 9~10일 미국을 방문해 11차 무역협상을 벌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주엔 5월 FOMC 이후 주요 Fed 위원들의 연설, 특히 9일에는 제롬 파월 의장과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낮은 물가는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했던 지난주 발언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지만 같은 날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10일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이어 발표됨에 따라, 물가가 예상보다 낮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어 주가가 급락한다면 연준은 더욱 금리인하 압박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실질적으로 미국의 가계 경제는 고용과 일자리, 물가보다 자산 가격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미국 경기는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주축인 소비에는 ‘자산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에이비 조셉 코헨 수석 투자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저물가와 저금리, 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이 지속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 기업의 이익"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개미 투자자들이 보기에 무늬뿐인 경제 호황 속에서 개별 주가 수익률의 차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저작권자 © Busines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