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스마트폰 빼고 모두 하락

[비지니스코리아=김은진 기자] 삼성전자가 10분기만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율공시로 1분기 실적 부진을 공식화했지만 시장 예상치보다 하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는 2019년 1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잠정실적을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13%, 60.36% 감소했다.

이러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보다 더 충격적이다.

매출은 2017년 1분기 50조55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 5조2000억원 이후 최저다.

최근 갤럭시 S10을 출시하면서 IM(인터넷ㆍ모바일) 부문이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별 실적은 같은 기간 대비 최고 40%까지 줄어들었다.

사업부별 실적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부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4조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전분기 대비 약 48%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 속에서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전분기 대비 각각 23%, 27%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은 작년 10월부터, 낸드는 작년 7월부터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모바일, 서버, PC 등 완성품 제조업체는 재고를 소진하면서 매수 시점을 보고 있어 가격 하락이 좀 더 길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아마존에 납품한 1세대 10㎚ 서버 D램 일부에서 불량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점도 반도체 실적 악화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앞서 설명자료에서 디스플레이의 업황 악화에 대해 강조했듯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은 6000억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꾸준히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 왔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이 적자를 낸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적자폭이 최대 7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TV용 LCD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이 북미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재고 축소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소한 탓이다.

글로벌 시장조시관 IHS마킷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 가격은 32인치가 작년 9월 56달러에서 2월 41달러로 27% 하락했고, 55인치의 경우도 같은 기간 157달러에서 139달러로 11.5% 떨어졌다.

중소형 OLED의 경우도 최대 납품처인 애플의 아이폰 판매부진에 따른 A3공장(플렉시블 OLED) 가동률 하락과 기존 LCD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한 A4공장의 감가상각비 반영 등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이후에도 OLED 부진이 지속되겠지만 LCD 패널 가격이 안정되면서 영업적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TV, 에어컨, 청소기 등 CE(소비자 가전) 부문은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약 4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QLED TV 판매 확대와 의류관리기 등 신가전 출시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끌어 올렸으나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 수익 개선이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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