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피해자 구제 ‘무관심’에 비난

[비지니스코리아=정석이 기자] 신영증권에 근무하던 직원이 고수익 투자를 명분으로 고객과 지인들로부터 수십억원대 돈을 받아 사적으로 운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이와 관련 피해 사실을 수집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신영증권의 내부 통제와 고객관리시스템에 허점이 확인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찰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 해운대지점 투자상품 상담 담당 A(40)씨가 지난 2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도로에 주차 중인 SUV 차량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창의 사망원인 조사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단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A씨에게 투자금을 맡겼던 투자자가 지점을 찾아와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가 고객과 지인으로부터 고수익을 내세워 수십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A씨가 높은 수익을 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해 A씨 개인 명의 은행 계좌로 돈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신영증권은 자체 조사를 통해 고객과 지인 등이 A씨에게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피해 금액만 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피해 사례가 수 건 접수돼 해당 증권사로 하여금 자체 점검을 실시해 피해 사실을 파악 중이며 필요할 경우 금감원 직접 검사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사건이 증권사 직원 개인의 비위행위를 넘어 회사 내부통제시스템과 고객계좌관리의 허점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기관제재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임직원 개인의 도적적 해이는 물론 관리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확대돼 일부 영업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KB증권은 고객의 휴면계좌를 이용한 직원의 횡령사건이 터져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객 돈을 사적으로 운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실 관계 파악이 어려운 만큼 관련 증권사에 대한 제재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회사 내부 전산망과 A씨가 관리한 거래내용을 확인한 결과 직원 개인 은행 계좌를 활용해 사적인 거래를 했고 회사계정을 통한 고객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일은 회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영증권이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고객과 지인들이 A씨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맡겼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수십억원대 피해를 입은 투자자 구제 대책에는 무관심한 채 발뺌에만 급급해 비난을 받고 있다.

신영증권에서 이번 사건처럼 거액의 투자금이 직원 개인 계좌로 입금돼 사적으로 운용될 수 있었던 것은 신영증권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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