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임시이사회 열어 지배구조 결정…23일 지주사 회장 확정

[비지니스코리아=정석이 기자] 우리은행이 내년부터 금융지주사 체제로 탈바꿈한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계기로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실질적인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지난 2014년 민영화를 위해 지주사를 해체한 뒤 5년 만에 금융지주사로 부활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 경쟁 체제로 회귀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7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지주(가칭)의 설립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확정한 뒤 내년 1월 11일 금융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1월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설립된다.

기존 은행 발행주식은 모두 신설되는 금융지주회사로 이전되고 기존 은행 주주들은 신설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등 6개 자회사와 우리카드 등 16개 손자 회사, 1개 증손회사(우리카드 해외 자회사)를 지배할 예정이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 여부는 설립되는 지주사가 결정한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전환되면 국내 자산순위 5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8일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참석하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지배구조 방향을 결정한다.

이날 이사회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 이사가 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금융당국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지주사 출범 1년간 겸직하고 이후 분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릴지도 논의한다.

당분간 겸직을 하더라도 현 은행장이 자동으로 지주사 회장을 겸임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장을 겸직하는 회장을 새로 뽑는다.

상법에서 우리은행 지주사와 같이 아직 설립되기 전인 경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결정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주사 회장 후보는 현 손태승 은행장을 포함해 우리은행 내외부에서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태승 행장이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회장-행장 겸직 자리에 손 행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뽑히면 손 행장이 사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은행은 회장 후보를 오는 23일 임시 이사회 전까지 선출할 방침이다.

당일 임시 이사회에서 회장을 결정하고 회장 이름이 기재된 주식이전계획서를 확정한다.

다음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런 주식이전계획에 동의하는지를 기존 은행 주주들에게 묻기 위해서는 지분을 이전할 지주사가 어떤 형태로 꾸려지고 대표는 누가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식이전계획서에 있어야 한다.

우리은행은 주총 의결을 바탕으로 내년 1월 지주사 법인을 설립하고 2월 상장을 추진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우리은행이 아닌 우리금융지주가 된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키움증권과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우리금융지주의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키움증권과 IMM PE는 2016년 우리은행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각각 우리은행 지분을 각각 4%, 6% 매입한 바 있다.

금융위는 당시에도 비금융 주력회사인 두 회사가 우리은행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재출범하면 보험, 증권 등 비어있거나 취약한 비은행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가 금융권 M&A의 큰 손으로 등장하게 된다.

과거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보험), 우리F&I(현 대신에프앤아이),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와 경남, 광주 등 지방은행을 매각했다.

은행법에 따라 현재는 자기자본의 20%만 출자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할 수 있다. 출자 여력이 현재의 1조원 수준에서 9조원대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출범 초에는 자본규제 탓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현재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큰 내부등급법을 쓰고 있지만 신설 지주회사는 엄격한 표준등급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BIS자기자본비율(9월말 기준 15.8% 예상)이 4~5%포인트 하락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후 최소 1년동안 대형 M&A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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