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1단계 완료

[비지니스코리아=정석이 기자]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남아 있던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정리했다.

20일 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장 마감과 함께 자산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보유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261만7297주를 3285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전기도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6425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은 총 762만주로 3.98%에 달한다. 약 1조원 규모다.

공동 매각주관사는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다.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법 해석을 번복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른 조치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해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압박 속에서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9.7%의 매각이 현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우선 순환출자 고리부터 모두 해소해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 순환출자 구조가 계열사 지배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어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해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전부를 매각하지 않은 점을 두고 신규 순환출자 고리 형성으로 재해석 했다. 결국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404만여주를 모두 처분해 삼성SDI가 들어 있는 순환출자 고리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을 해소했다.

남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등 총 4개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해소할 경우 남아 있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끊어진다.

매각 방식도 주목된다. 당초 재계와 투자은행(IB) 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약화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주가 하락 우려 등을 고려해 삼성물산이 자사주 형태로 삼성화재, 삼성전기의 지분을 사거나 이 부회장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직접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물산 지분이 외부로 넘어갈 경우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틈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내부 계열사, 오너 거래 대신 주식 시장에서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가 삼성물산 지분 3.98%를 시장에 매각해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 삼성물산 지분 구성은 이 부회장이 17.1%, 이건희 회장 2.8%, 이부진 사장 5.5%, 이서현 5.5%로 오너 일가 지분만 30.9%,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백기사를 자처한 ㈜KCC도 지분 9%를 갖고 있어 40%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기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중국 천진(Tianjin) 생산법인에 전장용 MLCC 공장 신축하기로 하고, 시설투자 등에 총 5733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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