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 계속 오름세 덕분

[비지니스코리아=정석이 기자]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상반기에 은행별로 2조 원대 이자이익을 올리면서 '이자 장사'로 이익이 10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발판삼아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1조 원을 돌파했다.

은행 대출 영업이 가계대출에 쏠린 상태에서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이 가속화되면 가계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은 총 10조7583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조950억 원(11.3%)이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이 10조원을 웃돈 것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2조9675억 원으로 가장 많은 이자 이익을 올렸다. 이어 신한은행 2조7137억 원, KEB하나은행 2조5825억 원, 우리은행 2조4946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순이자마진(NIM)의 개선세가 지속한 덕분이다. 순이자마진(NIM)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 NIM은 지난해 4분기 1.58%에서 올 1분기 1.61%, 2분기 1.63%로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에 각각 1.47%에서 1.50%, 1.52%로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분기부터 1.71%로 정체됐으나 다른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57%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상승했다.

이자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덕분에 은행은 상반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이 국민은행 1조3533억원, 신한은행 1조2718억원, 우리은행 1조2369억원, 하나은행 1조1933억원으로 모두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9988억원으로 유일하게 1조원을 밑돌았던 하나은행이 1년 사이 19.5%(1945억원)나 늘어 4대 은행이 나란히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연간으로 4대 은행이 모두 당기순이익 2조원대를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에는 국민은행(2조1750억원)과 하나은행(2조135억원)이 2조원을 넘었다.

문제는 은행 대출 가운데 유난히 가계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가계대출 잔액은 446조178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19조9850억 원)보다 26조193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금 중 가계대출 비중은 43.8%로 2008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6.2%로 기업대출 5.4%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계 대출 부실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은 향후 취약차주와 비수도권 중심으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된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부실화가 커질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금융당국이 정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과 같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며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후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개인사업자 대출자의 상당수가 가계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 쏠림 행태도 논란의 대상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기업대출보다 은행 수익률 면에서 더 낫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산정 때 반영하는 위험가중치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이 높아 은행 BIS 비율 관리에도 가계대출이 유리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 중심으로 성장해 보수적 여신관행도 심화돼 왔다”며 “은행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지더라도 혁신 기업 지원을 늘리는 등 생산적 금융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금리 상승세는 계속될 경우 예대금리 차가 더 벌어져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시장의 순이익(연결기준)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KB금융이 3조527억원, 신한금융 3조2366억원, 하나금융 2조3136억원, 우리은행 2조853억원이다. 전년 대비로 적게는 5.6%(KB금융), 많게는 38.1%(우리은행) 늘어 4대 금융지주 또는 은행의 연간 순이익이 11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경영혁신보다 손쉬운 ‘이자장사’라는 은행의 영업행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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