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중국사업 다시 박차 가한다

LGD의 광저우 OLED공장 조감도
LGD의 광저우 OLED공장 조감도

[비지니스코리아=조진영 기자]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 프로젝트가 첫 삽을 뜬다.

LG디스플레이가 1년 간 끌어왔던 5조 원짜리 투자에 대해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사업 가속화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공장 합작투자를 발표하는 등 중국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의 이런 투자 전략이 중국과 손잡고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묘수가 될지, 기술 유출의 독이 될지 시장 해석은 엇갈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0일 중국 정부로부터 광저우(廣州)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합작법인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재 국산화율 제고 등을 조건부로 승인한 지 반 년 남짓 만이다.

이번 중국 정부의 승인으로 그동안 LG디스플레이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또 LCD에서 OLED 중심으로 바꾸는 사업 재편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광저우 OLED 법인은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각각 70:30의 비율로 합작 투자하는 형태다. 자본금 2조6000억원을 포함해 모두 5조원이 투자된다. 그동안 부지 조성 뒤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승인으로 속도가 붙게 됐다.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이 공장에선 8.5세대(2200×2500㎜) 패널을 매달 6만 장(유리원판 투입 기준)이 생산할 예정이다. 광저우 공장은 향후 월 9만장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의 50%를 중국에서 사간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최대한 일정을 단축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급속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상황에 추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대형 OLED제품

SK하이닉스는 이날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설립을 위해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공장 건설·장비 투자 등을 맡고 중국 우시 지방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이 3억5000만달러(약 3900억원)를 출자해 합작 법인을 세운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837억원을 투자해 지분 50.1%를 확보한다. 투자금은 공장 설립 후 무형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회수할 계획이다.

2019년 하반기 공장을 완공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시 공장엔 충북 청주에 있는 M8공장 장비가 순차적으로 옮겨진다. M8공장엔 현재 200㎜ 웨이퍼 공정이 갖춰졌다. 200㎜를 1세대, 300㎜를 2세대로 구분하는데 2009년 이후 대부분 2세대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에서 센서나 전력 관리용 칩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빛·소리·온도·압력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PC·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꿔준다.

중국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중국 팹리스 시장은 지난해 255억 달러에서 2021년 686억 달러로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발주하는 업체가 없으니 팹리스가 발달한 중국에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아날로그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은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인 대만 TSMC,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한국 삼성전자 등과 정면 승부를 피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파운드리 분야에서 매출 2억6000만달러(약 2900억원)를 기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0.4%에 그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산은 중국에서, 연구·개발(R&D)은 한국에서 진행하는 전략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 확대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유출 논란은 여전하다. 중국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는 최근 삼성·LG 출신 핵심인력을 영입해 기술 유출 우려를 키워왔다.

한 관계자는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짓는 투자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술유출 우려에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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