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공급 새 시대?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기자] 미국 통신업체 AT&T가 복합미디어그룹 타임워너와 합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행정부가 독점 우려를 들어 반대했지만 법원이 합병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M&A 발표 2년여 만이다.
합병이 예정대로 성사되면 글로벌 미디어·통신 산업의 커다란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에선 같은 구조의 M&A였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2016년)가 무산됐지만 미국에선 수직 결합이 승인되면서 향후 이 같은 형태의 기업 결합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AP,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처드 리언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국 법무부가 이들 기업의 합병에 대해 제기한 차단명령 청구소송을 12일(현지시간) 기각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독점 우려를 들어 합병에 반대해온 법무부와 달리,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리언 판사는 법무부가 AT&T의 타임워너 인수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고 TV, 인터넷 서비스의 이용료가 인상될 것으로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 합병의 마지막 걸림돌이 정부 규제였던 만큼 AT&T와 타임워너는 854억 달러(약 92조 원)에 이르는 합의를 2년 만에 이행할 수 있게 됐다.
AT&T 관계자는 법무부가 이번 판결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인 오는 20일 이전에 합병이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룡'을 탄생시키는 이번 합병이 예정대로 성사되면 미디어·통신 산업의 지형이 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합병을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평가하며 예정대로 성사될 시 미디어·통신 산업의 지형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기업의 합병에 따라 탄생할 기업은 AT&T가 가진 넓은 통신망을 사용해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전송하게 된다. 미국에서 AT&T의 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는 1억1900만명에 달한다. 타임워너는 ‘왕좌의 게임’과 같은 유명 드라마에서부터 글로벌 보도채널 CNN방송에 이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다.
AT&T는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에 기반을 둔 경쟁업체가 전통적인 유료 TV 시청자들을 빼가는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을 유지할 새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미디어 경영자들은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IT 기업들에 맞서려면 콘텐츠 생산업체와 배급업체의 결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 규제가 흔들리면서 통신업체들이 콘텐츠 제작업체를 인수하는 데 자신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미국 최대의 케이블방송 배급사이자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컴캐스트가 미디어 업체들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컴캐스트는 X-맨, 심슨가족과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21세기 폭스, TV 스튜디오 등 폭스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T&T의 경쟁 통신사인 버라이즌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CBS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목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