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시장서 밀리나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기자] 삼성전자 주력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TV,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4대 제품 가운데 반도체 외에는 모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통한 시장 잠식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실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를 제외한 삼성전자 주요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20.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4%)에 비해 1.3%포인트나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12년 연속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2년 이후 6년 연속 2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경쟁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는 모습이다. 특히 연초 TV사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TV 점유율이 올해는 7년 만에 1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QLED TV 등 초대형·초고화질의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4대 제품 중 디스플레이 패널 점유율 추락 속도는 가장 빠르다.

2015년까지 20%를 웃돌았던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2016년 17.1%, 지난해 14.8%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13.2%로 낮아졌다.

주력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가 중국 기술 향상과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이 오는 2022년까지 자국에서 총 19개의 8세대급 이상 디스플레이 공장을 늘릴 계획인 점도 주목해야할 부문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점유율 하락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분기 28.6%에서 올해 1분기 18.9%로 낮아졌다. 물론 글로벌 선두자리는 지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10%대 점유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스마트폰에 삼성전자는 중국과 인도 시장을 내줬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와 애플 아이폰에 밀려 0%대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2위 인구 대국' 인도에서는 중국 샤오미에 밀려 2위로 내려앉는 등 여건은 점점 나빠지는 흐름이다.

중국 기업의 혁신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비보는 6월 중 전면이 전체 디스플레이인 ‘무베젤’ 스마트폰 ‘넥스’를 선보인다. 스크린의 떨림으로 소리가 전달돼 수화기가 따로 필요 없다.

샤오미와 레노버 역시 지문인식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으로 점유율 확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지문인식이 내장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내년에나 출시될 전망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해 20.5%에서 올해 19.2%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삼성전자 반도체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도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무려 44.9%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44.8%)과 거의 같았다.

삼성전자는 D램 부문에서 올해 들어서도 40%대 중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통상압박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밖에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전장 전문업체 하만도 올해 1분기 21.9%의 점유율에 그쳐 지난해 전체 점유율(25.4%)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간 아성을 구축했던 4대 제품의 경우 최근 모두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부문이어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복귀가 삼성전자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출소 이후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또 삼성리서치와 삼성넥스트 등 연구개발(R&D) 조직의 인력을 충원하고 해외 AI연구센터 3곳도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것도 이런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전에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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