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도시바 메모리 매각 승인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기자] 중국 정부가 일본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부문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이 사실상 도시바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게 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여온 낸드플래시 부문 기술 제고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일 NHK 등 일본 언론과 국내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일본 도시바 메모리 매각의 독점금지법 위배에 대한 심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최종 승인했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안은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관련국 중 중국 당국의 심사만 통과하지 못했었다. 메모리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승인해 매각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이제 남은 절차는 매각대금 입금과 공식적인 서명 작업 정도다.

인수 대상자인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은 6월1일까지 도시바메모리 매입액인 2조엔(약 19조5000억 원)을 도시바에 지불할 방침이다. 대금을 입금하고 공식적인 서명 작업을 끝내면 도시바메모리 매각 절차는 8개월 만에 끝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에 직접 지분 참여를 하지 않고 미국 베인캐피털이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전환사채(CB) 투자 금액을 대출해주는 형식으로 간접 참여했다. 투자액은 약 4조2000억 원이다.

한미일 연합에는 미국 베인캐피털을 비롯해 애플, 킹스턴, 시게이트, 델 등이 참여했다.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지분은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도시바메모리의 모회사), 일본 장비업체 호야가 각각 49.9%, 40.2%, 9.9%로 나눠 가진다. 경영권은 일본이 갖게 되며 향후 2~3년 뒤 주식공개(IPO) 등을 거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되면 SK하이닉스가 1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투자하는 3950억엔 가운데 전환사채 형태로 향후 의결권 지분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금액은 1290억엔이다. 향후 10년 동안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소유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차단된다. 의결권도 15% 이상 갖지 못하도록 제한됐다. 전환시에도 반독점심사를 거쳐야하는 조건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도시바 투자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보고있다. 주요 고객인 미국의 애플과 장기적인 협력관계(메모리 반도체 공급)를 구축하는 동시에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세계 1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차츰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

더욱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그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M램 등) 공동개발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온 만큼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차 낸드 시장 점유율 2위도 바라볼 수 있다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2위인 도시바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업체 점유율은 삼성전자(40.4%), 도시바(16.2%), 미국 웨스턴디지털(14.8%), SK하이닉스(11.6%), 미국 마이크론(9.9%) 순으로 기록됐다.

또하나 한미일연합이 중화권 업체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저지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데다 칭화유니 등 신규 업체들이 낸드 시장에 진입해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킨게임이 재발될 것이란 게 글로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역시 도시바 매각 과정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과 대만 업체를 인수 후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도시바에 투자한다고 해도 시장엔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낸드 점유율 2위이지만 2~5위 기업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가 그렇게 큰 파장을 불러오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매출 기준)에서 도시바는 시장점유율 16.2%로 2위를, SK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 11.6%로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40.4%의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27.8%로 3위 웨스턴디지털(14.8%)과 5위 마이크론(9.9%)와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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