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호황에 삼성·SK하이닉스 기록 행진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기세가 여전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 1분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적인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지난해에 이은 ‘반도체 신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4일 공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액 8조7197억 원, 영업이익 4조3673억 원을 각각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8.6%, 영업이익은 77.0% 증가한 수치다.

오는 26일 1분기 실적 확정치 발표와 함께 사업부문별 성적을 내놓을 예정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적도 벌써부터 ‘기록적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6일 발표한 1분기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고쳐 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예상은 매출 21조1000억 원, 영업이익 11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삼성전자 반도체는 사상 최고, SK하이닉스는 역대 두 번째 성적이다.

양사 실적을 합치면 1분기에만 국내 반도체 분야에서 매출 약 30조 원과 15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 연초는 비수기로 꼽힌다.

졸업‧입학이 몰려 있어 노트북 등 PC가 잘 팔리지만 제조‧유통업체 입장에선 전년 4분기에 쌓인 재고를 소진해야 한다.

따라서 새 상품 생산이 줄기 때문에 부품인 반도체 공급도 줄어드는 시기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기억 장치)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5% 감소했다. 낸드플래시(저장 장치) 출하량도 전 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출하량이 줄었는데도 실적이 좋은 이유는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D램의 경우 모든 제품군의 평균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이 되레 9% 상승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국내 업계에선 연말까지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전체로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91조 원·영업이익 47조 원을 기록하고, SK하이닉스는 매출 38조 원·영업이익 19조 원을 올리며 또다시 실적 신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것은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1분기는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유지됐다"고 진단한 뒤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시장에 대해서도 글로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서버용 제품 수요가 이어지고, 모바일 제품도 인공지능(AI)과 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기능 강화로 기기당 탑재율이 늘어나며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이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호재’가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 사상 최고치에 달한 뒤 내년에는 꺾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혁신 노력으로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승 분위기가 올 하반기에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출하량이 줄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내려가면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공급 확대 등도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

미중 통상 압박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위협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와는 달리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신기록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가 3년 만에 최고치인 3.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반도체 산업이 올해도 '수출 견인차' 역할을 계속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Busines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