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등기이사직 내려놓고 6개월만에 지분 19만5000주 블록딜 매각

 

[비지니스코리아=윤원창] 네이버(NAVER) 창업주 겸 주요 주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최근 잇따라 지분을 축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28일 공시를 통해 이 GIO가 전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주식 19만5천주를 매각해 그의 지분율이 종전 4.31%에서 3.72%로 줄었다고 밝혔다.

보유 주식수는 142만945주에서 122만5945주로 낮아졌다.

한 주당 매각 할인율은 -10.12%가 적용된 77만2644원에서 결정됐다. 이 GIO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15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을 손에 넣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다수의 기관 투자자에게 수요 예측을 실시하지 않고 미리 매수인을 정한 뒤 진행한 클럽딜인 것 같다”며 “한 주당 10%의 할인율이면, 할인율이 다소 센 편인데 이 GIO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과 동시에 네이버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GIO가 개인적 사정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안다. 원래 계획했던 바에 따른 처분으로 알고 있으며 자세한 목적은 회사가 따로 밝힐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GIO는 작년 8월에도 11만주(818억3890만원 어치)를 처분해 자신의 지분율을 4.64%에서 4.31%로 줄인 바 있다.

이번 매각은 올해 5월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총수(동일인) 지정과도 연관된 사안이라 여파가 주목된다.

작년 9월 공정위는 이 GIO를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하며, 그 근거로 이 GIO가 4%대 지분의 개인 최대 주주로 영향력이 크고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GIO는 앞서 지난 26일 사내이사 임기를 끝나는 다음달 이사회를 떠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창업자인 이 GIO는 19년 만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이 GIO가 지분율을 3%대로 낮추고 사내이사도 그만둔 만큼 그가 여전히 네이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지를 두고 공정위의 고심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에 관해 "해당 지분 매각은 동일인 지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GIO 측은 작년 9월 공정위 지정에 앞서 "회사 지분이 적고 전문경영인에 불과하다"며 네이버를 KT나 포스코 같은 '무(無)총수'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 GIO가 네이버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을 덜고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반 년만에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해석 중이다. 

네이버는 “이 GIO는 지난해 3월부터 글로벌 투자 및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등기이사로서의 역할만을 해 왔으나,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GIO로서의 직무에 더욱 전념하기 위해 사내이사직을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 GIO는 사내 GIO 직함과 최대 개인주주 지위만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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